독일에서 개발자로 취업하는 세 가지 방법 (99.99% 보장)
우연히 미국에서 개발자로 취업하는 세 가지 방법 (99.99% 보장)이라는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자로 취업하는 세 가지 방법 (99.99% 보장)
안녕하세요, 연구소장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Software engineer와 Data scientist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고, 자신의 성향에 더 잘 맞는 분야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여러분들 중에는 이미 개발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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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4년 간의 사무직 직장생활 및 각종 우여곡절 끝에 개발자로 이직을 한 저로써 미국 취업과 독일 취업은 아주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에 이에 대해 한번 서술해보려고 합니다.
국내에 계신 해외 생활을 꿈꾸는 여러분들 중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의 삶을 리셋하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으실텐데요. 생각은 많지만 마냥 불가능할거라고 지레 짐작하여 포기하시는 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저 또한 대학생때부터 막연하게 해외 생활을 꿈꾸다 2017년 당시 25살, 모아둔 돈도 없고 당차고 패기 있는 성격 하나 만으로 독일에 왔고, 돌아보면 큰 계획이 없었음에도 7년이 지난 지금, 제법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독일에 온 이유도 고백하건대 미국으로 가고 싶지만 비자 악명이 너무 높기도 하고 막연히 어려울 것 같아서 차선책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찾아서 보고 있는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고민을 하셨고 준비를 많이 하고 계실테니 도전 하신다면 독일에서의 취업, 충분히 성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작하기 전에 독일에서 업무환경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대부분의 회사가 주 36시간-40시간을 기준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야근은 없습니다. 1년에 30일 정도의 유급휴가가 있고 감기, 몸살 등으로 인한 병가도 진단서 없이 연속 3일까지 낼 수 있기 때문에 팀 내에 결원이 거의 매번 있고, 그렇기 때문에 비상 인력 개념으로 팀당 한두명정도 더 뽑는게 일반적입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한달에 1번 정도 출근 해서 회의 등을 하고 평소는 100% 재택근무, 100% 탄력근무제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중소기업만 다녔기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과 비교하자면 워라밸, 연봉, 사람간의 존중, 발전가능성 모든 면에서 독일 중소기업이 훨씬 좋은것 같습니다. ^^
서론은 여기까지로만 하고, 독일에서 개발자로 취업하는 방법 세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1. 한국에서 (관련학과) 대학을 졸업하고 관련 경험을 쌓은 후 독일로 이직하는 방법
(전공지식★★★★☆ 실무능력 ★★★★★, 언어능력 ★★☆☆☆, 총 난이도 ★★★★★)
저는 이 방법이 가장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의 경력이 길어질수록 이직시에 관리자급의 언어실력, 매니지먼트 경력이 요구되는데 소프트스킬이나 언어 능력이 출중하지 않을 경우 이직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글로벌한 업무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 국내에서 외국계기업에 재직 후 기업 내 리로케이션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네요. 만약 국내에서 이직 준비 중 준비 기간이 길어질 경우 1년 정도는 초기 정착 및 투자하는 것으로 보고 관리자급이 아닌 실무자급으로 낮춰서 우선 독일 기업에 취업하신 후에 독일 내의 이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생각하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한 단계 낮춰서"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기업 규모를 작게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독일의 경우 특히 기업 규모가 작아질 수록 현지인들이 많이 채용되어있고, 외국인에 대한 비자 지원에 대한 경험이 적을 수 있습니다. 비자 지원이 힘든 일은 전혀 아닌데, 한번도 해보지 않은 회사의 경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 퇴짜를 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규모가 작은 기업에는 이직이 쉽지 않았던 아시안 지원자가 인터내셔널 직원들이 많은 글로벌 기업에 지원했을 때 쉽게 채용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회사를 지원할 때 현지인들만 있는 기업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잘 파악해보세요! 그리고 독일에서 석사나 박사를 한 후 취업하겠다고 하는 분들도 보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한번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면 다시 풀타임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고, 독일에서의 석사는 학사의 연장선이라고 불리기도 해서 되도록 직장경력이 3년 이상 있으신 분들은 바로 취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독일에서 (관련학과)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 방법
(전공지식★★★★☆ 실무능력 ★★★☆☆, 언어능력 ★★★★☆, 총 난이도 ★★★★☆)
미국에서 개발자로 취업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사실은 현지 학위를 한 후 취업하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독일의 경우는 학비도 무료에 원한다면 Werkstudent라고 불리는 파트타임 인턴십 생활을 학위를 하는 내내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생 때 파트타임이라 하면 대부분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서 알바하는 것을 생각하곤 했는데 독일은 기업에서 대학생을 뽑아서 파트타임처럼 일을 시키는 제도가 잘 자리잡혀 있기 때문에 학위하면서 일도 하신다면 졸업 즈음엔 학력과 경력이 모두 출중한 인재가 되어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Werkstudent와는 별개로 졸업 전에 Praktikum이라 불리는 단기 인턴십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필수로 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때 인맥을 잘 쌓고 여러 경험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놓으시면 아주 쉽게 취업을 하실 수 있을 거에요. 단점은 어느 학교에 가시느냐에 따라 어떤 교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졸업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본인이 노력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독일어로 공대 공부를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현지인들도 3년 과정 학위를 6년, 7년이 되도록 졸업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 입시교육을 거친 인재(!)가 간절히 원하는 목표라면 못 이룰만한 수준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추천으로는 응용대학 등 가능한 졸업이 쉬운 학교로 가시는 것이 실무 경력 쌓기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3. 독일에서 아우스빌둥을 하는 방법
(전공지식★★★☆☆ 실무능력 ★★★★☆, 언어능력 ★★★★☆, 총 난이도 ★★★☆☆)
아우스빌둥이란 2-3년간 기업과 연계된 직업학교를 다니며 학교에서는 수업을 듣고 기업에서는 업무를 배우는 제도인데요. 개발자의 경우 Fachinformatiker 등의 분야로 아우스빌둥을 할 수 있습니다. 한달에 1000유로 정도의 돈을 받고 동시에 학교도 다닐 수 있어서 처음 시작을 하기에는 좋은 과정이라 보입니다. 학교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잘 지내는 경우도 보았구요. 단점은 독일 공교육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독일어 능력이 아주 중요시 여겨지고, 본인이 나이가 있거나 경력이 있는 경우 너무 돌아가는 길일 수 있습니다. 연차가 쌓였을 때 유리천장처럼 승진이 어려울 수도 있구요.
(번외). 독일에서 우선 취업할 수 있는 곳으로 취업한 후 독일 생활 및 직장 생활을 한 후 개발자로 전향해서 취업하는 방법
(전공지식★★☆☆☆ 실무능력 ★★☆☆☆, 언어능력 ★★★★★, 총 난이도 ★★★☆☆)
한국에서 비전공자로 취업하듯이 독일에서 다른 길을 걷다가 비전공자로 취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한국보다 전혀 다른 분야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드문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독일에서 4년 가량 직장생활을 하고 퇴사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독학으로 개발 공부를 6개월 정도 했고, 이후 학사학위를 진행하면서 Werkstudent를 1년 반가량 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학위로 전환하고 풀타임으로 일한지 1년 정도 되었구요. 저는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독일어, 영어 실력을 쌓아온 터라 전반적인 면접에서의 소프트스킬과 한국인으로써의 열정을 주로 보여주었는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직장 경험도 충분히 있는데 비전공자(Quereinsteiger)로 본국도 아닌 전혀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 자체를 아주 대단하게 생각하더라구요. 그리고 한국 직장생활에서 얻은 부지런함도 제 이직에 큰 몫을 했습니다. 기술면접을 볼때에도 80% 정도는 대답을 했지만 20%정도는 전혀 대답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요.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열심히 배워보겠다고 하니 면접 봤던 회사 중 대부분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굳이 번외를 언급한 이유는 독일에 거주하는 많은 워홀러, 현지채용, 사무직 종사자들이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었다면 독일에서도 충분히 다른 분야로 전향할 수 있고, 독일에서 동종업계 이직이 힘들다면 차라리 마음가짐을 아주 달리해서 분야를 바꾸어보는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항상 희망을 가지고 힘내세요!)
끝 마치며
독일에서의 취업, 이직과 한국에서의 취업, 이직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한국에서의 취업과 이직이 훨씬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해외 생활은 용기를 내는 것이 절반이고, 무엇보다 정해진 루트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독일에서의 삶은 아주 여유롭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나만의 삶을 존중받고 여유롭고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직장생활의 경우도 개개인의 업무 방식을 굉장히 존중해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즐겁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능하구요.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 해외 취업에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고 독일에서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하시길 바라며,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에 달아주세요!